룰루레몬이 무너지고 있다.

요가복으로 시작해서 ‘애슬레저’ 트렌드를 만든 그 브랜드 말이다. 한국에선 강남 압구정에 플래그십 스토어 열면서 “어? 요가복이 이렇게 비싸도 되나?” 싶었던 그 브랜드.

숫자가 말해주는 이야기

2분기 매출이 25억2,500만 달러.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고 하는데, 이게 최근 3년 중 최저 성장률이다. 예상치도 1,488만 달러 못 맞췄다.

더 웃긴 건 지역별 실적이다. 미주 지역은 고작 1% 증가. 룰루레몬 본토에서 이 정도라니. 국제 매출은 22% 늘었다지만, 핵심 시장이 이렇게 맥을 못 추면 의미가 있나.

비교가능매출은 더 심각하다. 전체적으로 1% 증가. 미주는 -4%다. 마이너스 성장이다.

재고가 썩어가고 있다

8월 기준 재고자산이 17억2,300만 달러. 전년 대비 20.54% 증가했다. 매출은 안 늘어나는데 재고만 쌓인다는 얘기다.

재고회전율을 계산해보니 0.66이 나왔다. 이게 얼마나 낮은 수치냐면, 옷을 만들어놨는데 팔리지가 않는다는 뜻이다.

룰루레몬도 이걸 안다. 그래서 ‘We Made Too Much’라는 이름으로 할인 세일을 한다. 번역하면 “우리가 너무 많이 만들었어요.” 정직하다.

마진이 무너진다

매출총이익률이 110bp 떨어져서 58.5%가 됐다. 여전히 높긴 한데, 떨어지는 속도가 문제다.

영업이익률은 20.7%로 210bp 하락했다. 좋은 회사의 지표가 이렇게 빠르게 악화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앞으로도 별로

3분기 매출 전망은 3-4% 증가. 또다시 최저 성장률을 경신할 예정이다. EPS는 전년 대비 23.17% 감소를 예상한다고 한다.

연간 가이던스도 낮췄다. 매출은 111억5천만~113억 달러에서 108억5천만~110억 달러로. EPS는 14.58~14.78달러에서 12.77~12.97달러로.

그래서 주식은 떨어졌다

올해 들어 55% 급락했다. 선행 PER은 12.64배까지 내려왔다.

“이제 싸니까 살 때 아니야?”라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떨어지는 칼날을 맨손으로 잡는 격이다.

매출 둔화, 재고 누적, 마진 축소. 삼박자가 완성됐다. 밸류에이션이 낮은 게 아니라, 낮아질 만해서 낮아진 거다.

애슬레저의 한계

룰루레몬의 위기는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니다. 애슬레저 트렌드 자체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요가복을 일상복으로 입는 게 당연해졌다.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 나이키, 아디다스, 심지어 유니클로까지 비슷한 옷을 만든다. 그것도 훨씬 싸게.

룰루레몬의 프리미엄은 브랜드 파워에서 나왔다. 하지만 브랜드 파워도 실적이 뒷받침해야 지속된다.

결국 이 회사가 다시 일어서려면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하다. 아니면 최소한 현재 상황을 멈춰야 한다.

지금은 그 징조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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