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서 가장 굴욕적인 순간이 있다. 내가 ‘이건 망할 주식’이라고 확신했는데, 그 주식이 하늘로 치솟는 거다.
팔란티어(PLTR)가 딱 그런 주식이다. 이 글의 원 저자는 지난 몇 달간 두 번이나 “강력 매도”를 외쳤다. 그런데 그 사이 주가는 또 15.5% 올랐다. S&P500보다 훨씬 좋은 성과다.
더 가관인 건 팔란티어 CEO 알렉산더 카프의 최근 발언이다. 주주서한에서 이렇게 적었다:
“회의론자들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이빨이 뽑히고 굴복당한 상태로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멈출 이유는 없다.”
마치 나 같은 회의론자들을 향해 하는 말 같다. 기분이 묘하다.
실적은 진짜 좋다
팔란티어 2분기 실적을 보면 카프의 자신감을 이해할 만하다.
매출: 작년 같은 기간 6억 7천만 달러 → 이번 분기 10억 달러 (48% 성장)
영업이익: 1억 530만 달러 → 2억 6930만 달러 (156% 성장)
주당순이익: 0.06달러 → 0.13달러 (117% 성장)
현금창출능력도 무시무시하다. 자유현금흐름이 작년 1억 4870만 달러에서 5억 6880만 달러로 283% 뛰었다.
연간 가이던스도 올렸다. 2025년 매출 전망을 41억 4200만~41억 5000만 달러로, 자유현금흐름은 18억~20억 달러로 제시했다. 작년 대비 45% 성장이다.
이 정도면 회의론자의 이빨이 뽑힐 만도 하다.
하지만 주가는 여전히 미쳤다
문제는 밸류에이션이다. 현재 팔란티어는 자유현금흐름의 247배에 거래되고 있다.
이게 얼마나 미친 수치인지 감이 안 온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현재 수익률로 투자 원금을 회수하려면 247년이 걸린다. 조선 후기부터 투자했어야 지금 본전이다.
물론 성장률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박이 있을 것이다. 맞다. 하지만 그 성장률이 얼마나 지속가능한지가 관건이다.
불가능한 미션
현재 주가가 정당화되려면 팔란티어는 향후 10년간 매년 39% 성장해야 한다. 거기다 주식 발행으로 인한 지분 희석까지 고려하면 실제로는 45% 성장이 필요하다.
10년간 연평균 45% 성장. 가능한 일일까?
애널리스트들은 가능하다고 본다. 팔란티어의 주당순이익이 2024년 0.41달러에서 2034년 7.24달러로 늘 것으로 전망한다. 연평균 33% 성장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 지난 5년간 매출과 순이익 모두 30% 이상 성장한 기업을 찾아보면 전 세계에 40개뿐이다. 그나마 시총 250억 달러 이상으로 범위를 좁히면 엔비디아와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정도다.
시총 상위 25개 글로벌 기업 중에서도 지난 10년간 팔란티어가 필요로 하는 성장률을 달성한 곳은 엔비디아(39.48%) 정도다. 메타는 29.43%, 텐센트 23.66%, 구글 18.16%였다.
CEO의 장밋빛 전망
카프는 향후 5년간 미국 매출이 10배 늘 것이라고 장담한다. 특히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가 성장을 이끈다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2분기 미국 상업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3%, 전 분기 대비 20% 늘었다.
하지만 이건 너무 낙관적이다. 팔란티어가 정부 부문에서는 확실한 해자(경쟁우위)를 갖고 있지만, 상업 부문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제품을 내놓을 테니까.
게다가 현재 50%인 자유현금흐름 마진이 계속 유지될지도 의문이다. 경쟁이 심해지면 마진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보다 현실적인 가치
좀 더 현실적으로 계산해보자. 2026년 45% 성장을 시작으로 점차 둔화돼서 2034년 10% 성장, 그 이후 6%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적정 주가는 55.79달러 정도다. 현재 주가보다 훨씬 낮다.
사업과 주식은 다르다
오해하지 말자. 팔란티어라는 회사는 훌륭하다. 지난 3년간 매출은 100% 이상, 자유현금흐름은 900% 늘었다.
문제는 주식이다. 주가가 같은 기간 2000% 뛰었다는 게 문제다. 기업의 성과보다 주가가 훨씬 빠르게 올랐다.
카프가 자신만만한 건 맞다. 하지만 그는 사업에 대해 얘기하고 있고, 나는 주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3년 전 팔란티어를 산 사람들은 천재다. 지금 사려는 사람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