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나 카카오 주식 붙잡고 있던 사람들은 씁쓸할 수 있겠다. 미국 시장 전체보다도, 심지어 넷플릭스보다도 더 올랐다. 음악 스트리밍 회사가 말이다.
무료로 미끼 던지고 돈 받기
Spotify의 비즈니스는 프리미엄(freemium) 모델이다. 무료로 써보게 해주고, 맛 들리면 돈 내라는 식이다. 현재 월간 사용자가 6억 9600만 명인데, 이 중 2억 7600만 명이 유료 구독자다.
대략 40%가 돈을 낸다는 얘기다.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률보다 훨씬 높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돈을 낼까? 광고 때문이다. 무료 버전은 노래 한 곡마다 광고가 나온다. 그것도 스킵할 수 없는. 한 시간 음악 들으려면 광고를 10분은 봐야 한다. 스마트폰에서 다른 앱으로 나갔다 오면 또 광고다.
결국 참다 못해 월 11.99달러(한화 약 1만 6천원)를 낸다. 넷플릭스 베이직 요금이랑 비슷하다.
모든 회사가 똑같은 노래를 튼다
재미있는 건, 음악 스트리밍은 차별화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Spotify든 Apple Music이든 Amazon Music이든, 모두 약 1억 곡을 서비스한다. 기본적으로 같은 노래들이다. 넷플릭스처럼 “우리만의 콘텐츠”가 있는 것도 아니다.
BTS 신곡이 나오면 모든 플랫폼에 동시에 올라간다. 음반사가 최대한 넓게 유통하려고 하니까.
가격도 거의 비슷하다:
- Spotify: $11.99
- Apple Music: $10.99
- Amazon Music: $10.99
- YouTube Music: $10.99
Spotify가 1달러 비싸긴 하지만, 차이가 크지 않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 값이다.
그럼 뭘로 경쟁할까?
데이터가 답이다
답은 추천 알고리즘이다.
Spotify가 월 7억 명에 가까운 사용자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당신이 어떤 노래를 언제, 어디서, 몇 번 듣는지 다 안다. 스킵하는 타이밍, 볼륨 조절 패턴까지.
이 데이터로 만든 게 ‘Discover Weekly’다. 매주 월요일마다 30곡씩 개인 맞춤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준다. 2015년 시작해서 지금까지 1,000억 트랙이 재생됐다고 한다.
실제로 써보면 소름돋는다. 내가 좋아할 만한 노래를 정말 정확하게 찾아준다. 가끔 “이런 노래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경쟁사들도 비슷한 기능을 만들었지만, 정확도에서 차이가 난다. 데이터 양이 압도적으로 많으니까.
Apple도, Google도 음악에는 진심 아니다
Apple Music이 있지만, Apple에게 음악은 아이폰 파는 부속품이다. Amazon Music도 프라임 회원 잡아두는 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다. YouTube Music도 광고 플랫폼인 유튜브의 보너스 정도.
반면 Spotify는 오직 음악(과 팟캐스트)에만 집중한다. 그 차이가 서비스 품질에 나타난다.
특히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같은 신흥 시장에서는 더 유리하다. 이 지역은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80% 넘는데, Apple Music은 아이폰에서만 제대로 쓸 수 있으니까.
팟캐스트로 마진 개선하기
Spotify의 영리한 점은 팟캐스트에도 진출한 것이다.
음악은 매출의 70%를 음반사에 줘야 한다. 노래 하나 들을 때마다 1,000원 중 700원이 SM엔터테인먼트나 YG 같은 곳으로 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팟캐스트는 다르다. 광고 수익을 호스트랑 50:50으로 나누면 된다. 훨씬 남는 장사다.
더 나아가 오디오북까지 서비스한다. 프리미엄 구독자는 월 15시간까지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다. 더 듣고 싶으면 추가로 돈을 내면 된다.
음악만 들으려면 다른 곳에서 더 싸게 들을 수 있다. 팟캐스트는 유튜브에서 공짜로 볼 수 있고, 오디오북은 교보문고나 밀리의서재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하나의 앱에서 음악, 팟캐스트, 오디오북을 다 들을 수 있다면? 그리고 내 취향에 딱 맞는 추천까지 해준다면?
굳이 앱을 바꿀 이유가 없다.
광고로 벌어들이는 돈
현재 Spotify 매출의 11%가 광고에서 나온다. 회사 목표는 20%까지 늘리는 것이다.
팟캐스트 광고가 특히 돈이 된다. CPM(광고 1,000회 노출당 단가)이 15-40달러인데, 음악 광고는 5-30달러다. 팟캐스트를 들을 때가 더 집중도가 높으니까 광고 효과도 좋다.
광고 마진도 개선되고 있다. 초기에는 광고 기술 플랫폼 구축에 돈이 많이 들었는데, 이제 그 투자가 열매를 맺고 있다.
비싸긴 하지만…
현재 Spotify 주식은 솔직히 비싸다. EV/EBITDA가 56배다. 넷플릭스(38배)보다도 높다.
그런데 직접 비교할 만한 회사가 없다. 순수하게 음악 스트리밍만 하는 상장사가 Spotify뿐이라서.
음악 스트리밍 시장은 2032년까지 연 17.3%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시장이 폭발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CEO 다니엘 에크는 유료 구독자 10억 명이 목표라고 한다. 현재 2.8억 명이니까 3.6배 더 늘어나야 한다. 무리한 목표는 아니다.
그래서 결론은?
Spotify는 음악 스트리밍계의 넷플릭스가 되고 있다.
프리미엄 모델로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개인화 추천으로 붙잡아두고, 팟캐스트와 오디오북으로 수익성을 높인다. 해자(moat)가 점점 깊어지는 구조다.
주가는 비싸지만, 10년 뒤를 보고 투자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음악은 없으면 안 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