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원했다.
정말로 원했다. 백악관 공식 트위터에 “평화의 대통령”이라고 본인 사진을 올릴 정도로. 이스라엘 총리실까지 나서서 “트럼프한테 노벨상 줘라”고 떠들었다.
그런데 10월 11일 금요일 아침,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선택했다.
마차도는 누구인가
베네수엘라에서 수십 년간 자유 선거를 위해 싸워온 정치인이다. 지난 1년간 목숨 위협 때문에 숨어 지내고 있다.
출마 자격을 박탈당한 뒤, 에드문도 곤살레스가 그녀를 대신해 대선 후보로 나섰다. 그 곤살레스는 지금 망명 중이다.
수상 소식을 듣고 마차도가 곤살레스에게 전화했다. “충격이에요.” 곤살레스가 답했다. “기쁜 충격이네요.” 마차도가 다시 말했다. “이게 뭐예요? 믿을 수가 없어요.”
노벨위원회 위원장 프리드네스는 이렇게 말했다. “독재가 권력을 장악했을 때, 일어서서 저항하는 용기 있는 자유의 수호자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의 주장
트럼프는 본인이 “7개 전쟁을 끝냈고, 이제 8개째”라고 했다.
백악관에서 목요일에 이렇게 말했다. “31년 된 전쟁, 34년 된 전쟁, 35년 된 전쟁, 10년 된 전쟁을 해결했다. 7개 협상을 했고, 이게 8번째다.”
그러면서 오바마를 디스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받았다. 왜 받았는지도 몰랐을 거다. 내 당선이 훨씬 중요한 선거였다.”
지난달 UN 총회에서도 “모두가 내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실제로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정이 나온 뒤, 네타냐후 총리실이 공식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에게 노벨평화상을 줘라, 그는 그럴 자격이 있다!”
백악관 공식 계정도 트럼프 사진에 이렇게 캡션을 붙였다. “평화의 대통령”
발표 5시간 전까지도 트럼프는 자기 SNS에 본인이 노벨상 받아야 한다는 링크를 공유했다.
노벨위원회의 답변
기자가 물었다. 트럼프의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프리드네스가 답했다. 위원회는 매년 수천 통의 캠페인과 추천 편지를 받는다. 그들은 “용기와 진실성으로 가득 찬” 방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 “일과 알프레드 노벨의 뜻”에 따라 결정한다.
정중하게 무시한 것이다.
시상식에서 프리드네스는 마차도를 이렇게 불렀다. “어둠이 짙어지는 시기에 민주주의의 불꽃을 계속 밝히는” “용감하고 헌신적인 평화의 투사”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시기에, 이 공동의 기반을 지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도 했다.
아이러니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몇 달간 베네수엘라 시민들을 공격해왔다. 베네수엘라 근처 카리브해에서 마약 밀매 선박이라며 군사 공격을 했다.
한 배를 파괴한 뒤 트럼프는 자기 SNS에 이렇게 썼다. “2만 5천~5만 명을 죽일 수 있는 양의 마약을 실은 배가 오늘 새벽 베네수엘라 해안에서 미국 영토 진입을 막았다.”
숫자가 말이 안 된다. 그 정도 양이면 베네수엘라 전체를 몇 번 죽이고도 남는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렇게 썼다.
그는 자기 나라 시민들에게 군대를 동원하고, 이민자 커뮤니티를 잔혹하게 대하면서도, 본인을 평화주의자라고 불렀다.
노벨위원회는 그 대신 1년 동안 숨어 지내며 민주주의를 지키려 한 베네수엘라 여성을 선택했다.
노벨평화상은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의 원폭 생존자 단체 니혼 히단쿄가 받았다. 과거 수상자로는 넬슨 만델라,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 EU, 핵무기 폐기 국제 캠페인 등이 있다.